반도체가 지탱한 경제, 물가와 고용이 과제로
핵심 요약
반도체 수출 호조와 생산 증가가 고환율·경기 불안 속 한국 경제를 지탱했다. 물가 관리에는 1,930억원이 투입됐지만 청년 고용 부진은 남아 있다. 재경부는 물가와 고용 대응과 함께 경제 전반의 균형을 챙겨야 한다.
올해 초 한국 경제는 고환율과 중동 전쟁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압박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오갈 만큼 불안한 가운데, 해외로 향하는 투자금을 국내로 돌리려는 취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이런 여건에서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국내총생산 증가는 경제가 버틸 힘을 보탰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수출과 생산이 늘고 세수 확대에 따른 재정 여력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누그러졌다. 연속된 두 차례 금리 인상 뒤 원·달러 환율은 처음 1,400원대로, 다음에는 1,300원대로 내려왔다. 반도체 산업이 환율과 경기 불안 속에서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제 물가 상승과 고용 부진이 호황의 이면에 놓인 과제로 떠올랐다. 경제 성장이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되면서 고용시장, 특히 청년층에는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형일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명절 물가를 잡지 못하면 지명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부총리는 첫 과제인 명절 물가 관리에 1,930억원을 투입해 무난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정경제부 안팎에서는 부처 간 정책 조정에 강점을 가진 ‘조정형’ 부총리와 핵심 과제 추진에 능한 ‘추진형’ 1차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연초에는 환율과 공급망이 주요 현안이었지만, 지금은 물가와 고용이 시급한 과제로 바뀌었다. 새 진용의 재경부가 반도체 호황 뒤에 남은 부담을 다루는 동시에, 당면 과제에 집중하느라 다른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균형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