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재벌가 미스터리로 확장한 사랑과 욕망
핵심 요약
박상영이 재벌가의 형성과 암투를 다룬 미스터리 신작으로 작품 세계를 넓혔다. 약 300편의 경제사 자료를 검토해 욕망과 사랑이 범죄와 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향후 대학 생활을 다룬 연재와 오컬트 소설을 병행하며 장르적 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상영 작가가 신작 ‘지푸라기 왕관…’을 통해 청춘과 로맨스 중심의 작품 세계에서 벗어나 재벌가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도전했다. 한국 산업화와 재벌 가문의 형성, 내부 암투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범죄를 건조하고 세밀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은 출간 열흘 만에 판매량 3만부를 넘어섰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거리가 먼 인물들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하며 문학적 폭을 넓히고자 했다.
신작은 1950년대부터 이어진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창업주와 후손, 가문 주변 인물들이 돈과 지위, 인정과 애정을 좇는 과정을 담았다. 박 작가는 집필을 위해 한국 경제사를 다룬 논문과 단행본 등 약 300편의 문서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재벌 역시 특별한 악인이나 영웅이 아니라 결핍과 욕망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감정이 범죄로 번지는 지점을 작품의 중심에 놓았다.
소설에는 아들을 맹목적으로 아끼는 창업주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받으며 인정을 갈구하는 재벌 2세, 사랑에 이끌려 범죄를 함께 꾸미거나 직접 실행하는 창업주의 후실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사랑은 파멸의 단초가 되지만 애정과 증오, 기대와 실망, 환희와 슬픔, 연민과 죄의식이 뒤엉킨다는 점에서는 평범한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벌가 미스터리라는 외형 안에 욕망과 사랑의 양면성을 배치한 대목에서 기존 작품과의 연결점도 드러난다.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상영은 유머와 위트를 바탕으로 동시대 청춘의 사랑과 고독, 불안을 그려왔다. 2019년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국제 더블린문학상, 2024년 메디치상 후보에 올랐다. 데뷔 10년차를 맞은 그는 곧 창비 매거진에 2010년대 대학 생활의 기쁨과 슬픔을 다룬 ‘여름 복숭아 파티’를 연재하고, 내년 이후에는 오컬트 소설도 기획할 예정이다. 앞으로 현실에 가까운 작품과 새로운 장르를 번갈아 쓰며 창작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