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서 되새긴 늦은 동행의 약속
핵심 요약
52일간 이탈리아를 여행한 60대 부부가 바티칸 시국과 성 베드로 대성당을 찾았다. 여행자는 생전 성당 방문을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일을 떠올리며 뒤늦은 미안함을 되새겼다. 대성당과 종탑, 바티칸 미술관을 둘러보며 어린 시절 품었던 예술에 대한 열망도 이뤘다.
2026년 3월 10일부터 5월 1일까지 52일간 이탈리아 자유여행에 나선 60대 부부가 바티칸 시국을 찾았다. 이른 아침 테르미니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승차권 검사를 받은 두 사람은 휴대전화에 저장한 QR코드를 제시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들어선 여행자는 생전에 이곳을 보고 싶다고 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아버지는 80대 중반 무렵 성 베드로 대성당에 가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그러나 딸은 함께 가자는 말 대신 성당 친구들과 성지순례를 다녀오라고 답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2~3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늘 잘 지낸다고 말하던 아버지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후회가 광장에서 되살아났다.
대성당 입구에서는 1506년 교황 율리오 2세가 스위스 용병 150명을 영입하면서 시작된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가 자리를 지켰다. 내부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베드로 성인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자리를 상징하는 높이 약 29m의 청동 발다키노가 있었다. 교황 우르바노 8세의 의뢰로 베르니니가 약 9년에 걸쳐 제작해 1633년 완성한 발다키노에는 나선형 기둥과 천사, 지구본, 십자가가 배치됐다.
오전 10시로 예약한 종탑에 오르자 반원형 회랑이 감싼 성 베드로 광장과 로마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고, 회랑 위에는 성인 조각상 140명이 늘어서 있었다. 이어 찾은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그리스도의 변모’,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 ‘라오콘 군상’ 등을 둘러봤다. 어린 시절 세계위인전집을 읽으며 품었던 꿈은 60대가 돼 현실이 됐고, 여행자는 바티칸의 하루를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걷는 마음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