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시간이 빚은 설악산 울산바위
핵심 요약
울산바위 정상에서는 오랜 풍화가 만든 다양한 구멍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동결 융해와 염풍화, 차별 풍화가 화강암의 풍화혈을 형성했다. 깎인 바위에 물과 하늘이 담긴 모습은 상처가 새로운 공간이 되는 의미를 전한다.
한여름의 열기와 습기가 산기슭을 감싼 지난 6일 이른 아침, 설악산 입구에서 울산바위로 향하는 산행을 시작했다. 푸른 하늘 아래 병풍처럼 늘어선 거대한 암봉은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한 윤곽을 드러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길에는 소나무 향과 물소리가 번졌지만, 오르막에 접어들자 배낭을 멘 등이 젖고 땀이 눈가로 흘러내릴 만큼 숨이 가빠졌다.
계조암 앞 흔들바위는 기묘한 균형을 유지한 채 탐방객을 맞았다. 표면에는 조선 시대 선비부터 현대 방문객까지 남긴 이름과 기원의 글귀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 거대한 암벽 옆으로 가파른 철제 덱 계단이 이어진다. 산안개와 운무가 암봉 사이를 오가며 풍경을 바꿨고, 정상에서는 동해 쪽 영동지방에서 불어온 거센 바람이 산행 내내 흘린 땀을 빠르게 식혔다.
정상부 화강암 바닥에는 접시와 절구처럼 움푹 팬 풍화혈이 곳곳에 형성돼 있었고, 일부에는 빗물이 고여 작은 웅덩이를 이뤘다. 울산바위의 화강암은 중생대 백악기 지하에서 마그마가 식으며 만들어졌다. 오랜 세월 지표에 드러난 뒤 생긴 절리로 물과 바람, 염분이 침투했고, 물이 얼고 녹으며 암석을 깨뜨리는 동결 융해와 염분 결정에 의한 염풍화, 약한 광물이 먼저 떨어져 나가는 차별 풍화가 구멍을 깊고 매끄럽게 다듬었다.
수평면에서 물을 담는 절구 모양의 구멍은 나지형 풍화혈인 포트홀 또는 그나마로, 수직 암벽에 벌집처럼 생긴 구멍은 타포니로 구분된다. 울산바위 전역에 남은 이 지형은 장기간 이어진 지형 변화의 시간을 보여준다. 깎인 암반에 고인 빗물과 비친 하늘은 풍화가 단순한 파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거센 바람과 침식의 흔적이 삶의 갈등과 손실, 슬픔을 견디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