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소진을 몸으로 풀어낸 동시대 춤
핵심 요약
강요찬과 박수윤이 몸과 무대기술을 결합해 바람과 소진의 감각을 풀어냈다. 크리틱스초이스는 신작 군무 초연과 재초청을 통해 안무가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30년을 앞두고 재공연 유통과 창작 과정의 디지털 기록이 과제로 제시됐다.
29회를 맞은 춤축제 크리틱스초이스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전통과 동시대 감각의 접점을 탐색하는 신작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9일 공연된 강요찬의 ‘Büchae’와 박수윤의 ‘무제: 쿠쿠’는 각각 바람의 기원과 자극 뒤에 남은 몸을 조명했다. 두 작품은 조명과 음향, 포그, 구조물을 춤의 배경이 아닌 몸의 감각과 선택을 확장하는 무대 언어로 활용했다.
‘Büchae’는 부채춤의 화려한 형식을 재현하는 대신 인간이 바람을 만나 도구를 만들기까지의 원리를 좇았다. 황토색으로 접힌 종이 오브제 사이를 오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내레이션과 입체 음향, 조명과 포그가 결합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이 무대 전면으로 드러났다. 다만 설명이 앞서는 대목과 강한 시각효과가 세밀한 호흡을 가리는 장면에서는 몸의 표현이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무제: 쿠쿠’는 시작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은 채 관객을 파티의 감각적 환경으로 끌어들였다. 전자음악과 라이브 사운드, 대형 팬과 양쪽 구조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빛 속에서 무용수들은 충돌하고 흩어지며 외부 자극에 흔들리는 몸을 구현했다. 국립무용단 상임단원인 박수윤은 전형적인 한국 춤사위보다 한국무용을 수련한 몸에 축적된 호흡으로 도시인의 속도와 흥분, 피로를 포착했다. 마지막 침대는 욕망과 소진 끝에 도착한 장소로 제시됐다.
1997년 시작된 크리틱스초이스는 월간 댄스포럼이 주최·주관하며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를 아울러 청년 안무가에게 대극장 신작 초연 기회를 제공해 왔다. 올해 김원영, 우지영, 장두익, 박민지, 김다애가 처음 선정됐고 기존 수상자인 이해니, 강요찬, 박수윤이 재초청됐다. 모든 작품을 규모 있는 군무로 제작하는 축제는 2026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축제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30년을 앞둔 과제로는 초연작의 국내외 재공연 연계와 창작 과정·무대기술·관객 반응의 디지털 아카이브 축적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