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상처 안고 사람을 경계하는 야생동물들
핵심 요약
국제 멸종위기종을 밀수해 판매한 조직이 서울동부지검 형사 제2부에 적발됐다. 압수된 동물들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으며 사람을 향한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생명을 상품으로 취급한 불법 거래의 상처와 사육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확인됐다.
국제 멸종위기종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판매한 조직이 서울동부지검 형사 제2부에 적발됐다. 밀수 과정에서 동물은 생명이 아닌 운반 물품처럼 취급됐다. 세관을 통과할 때 울음소리가 나지 않도록 입이 단단히 묶였고, 어린 개체는 비좁은 철제 과자통에 강제로 담긴 채 수화물로 옮겨졌다. 열악한 운반 과정에서 폐사한 동물도 많았다.
검찰이 압수한 동물들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지난 6일 현장을 찾아 방역 소독을 마친 뒤 카메라 플래시를 끄고 무음 촬영 모드로 전환해 보호 구역에 들어갔다. 사육장 안의 코브라는 취재진을 발견하자 곧바로 공격 자세를 취했다. 도마뱀은 통나무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 뒤 고개만 내밀어 낯선 사람의 움직임을 살폈다.
보호 구역에서 만난 동물들의 눈에는 사람을 향한 두려움과 경계가 함께 비쳤다. 이들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인 CITES의 보호 대상이지만, 밀수 조직에는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전락했다. 입을 결박당하거나 작은 통에 갇힌 채 고향을 떠나야 했던 과정은 불법 거래가 개별 생명에 남긴 상처를 그대로 보여준다.
촬영이 끝난 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동물들이 지나치게 귀엽게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사진을 본 누군가가 다시 사육 욕구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통나무 틈에서 취재진을 지켜보던 작은 눈빛은 이 동물들이 여전히 인간을 안전한 존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보호소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생명들이 머무는 공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