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술핵 구상에 동북아 핵 긴장 확산 우려
핵심 요약
미국이 중·러의 동맹국 공격에 대비해 단거리 전술핵 활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비핵 3원칙 재검토 기류와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독자 핵무장 논의가 맞물리고 있다. 확장억제의 적용 조건과 한국의 협의 권한을 구체화하면서 역내 긴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국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활용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동북아의 핵 군비 경쟁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중·러가 핵전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면서 역내 긴장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5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미 전략사령부 억지력 심포지엄의 비공개 연설에서 소형 전술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핵옵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보다 지역 재래식 전쟁에서 핵무기가 제한적으로 사용된 뒤 확전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미 국방부 안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새로운 핵전략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9일 콜비 차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북·중·러가 전략적 이익을 얻는 상황을 상쇄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 비핵 3원칙의 재검토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던 2022년 유사시 핵무기 반입 금지 원칙에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무장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한국과 일본에 전술핵이 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과도한 긴장 고조를 피하려면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를 상시화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실제 배치가 핵 군비 경쟁의 도화선이 되고 북한 비핵화 주장의 명분을 약화할 위험을 지적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중·러의 핵·미사일 협력과 한일 양국의 핵무장 논의가 함께 확대될 수 있다며, 한국의 역할과 협의 권한 및 미국 전술핵 옵션의 한반도 적용 조건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