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동 백신 18종서 11종으로…주정부와 법정 공방 가능성
핵심 요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아동 예방접종 권고 백신을 18개에서 11개로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료·과학계는 접종 지연과 접종률 하락으로 감염병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접종 의무화 권한을 가진 주정부의 반발과 추가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아동 예방접종 권고 백신을 기존 18개에서 11개로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코로나19와 B형 간염, 인플루엔자 등 일부 백신은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권고하지 않도록 했으며, 홍역·볼거리·풍진을 함께 예방하는 MMR 복합백신도 질병별로 나눠 서로 다른 시기에 접종하도록 했다.
고위험군에는 B형·A형 간염 백신 등의 접종 권고를 유지하지만, 그 밖의 아동은 의사와 보호자가 건강 상태를 살펴 접종 여부를 정하는 ‘공동 임상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환한다. 다만 홍역·볼거리·풍진의 개별 백신은 현재 미국에서 구할 수 없다. 의료계와 과학계는 접종 시기를 분산하면 감염병 노출 기간이 길어지고, 권고 대상 축소로 접종률이 낮아져 예방 가능한 질병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조치는 기존 백신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동 예방접종 체계를 재편해 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아동의 접종량이 지금보다 적었고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높은 자폐증 발병률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면서도 백신 권고 체계를 바꾸는 일이 자폐증 연구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백신 접종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행정명령의 실질적인 법적 효력은 주정부의 대응과 법원 판단에 따라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학교 입학 등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의무화할 권한이 연방정부가 아니라 각 주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명령은 종교적·의학적 사유에 따른 면제 권리를 침해하는 주를 상대로 법무장관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1월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소아 접종 권고 목록을 축소하자 미국소아과학회 등 6개 의료단체가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은 3월 개정 권고안의 효력을 잠정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