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첨단기술 규제 공방
핵심 요약
미국과 중국이 9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AI·로봇·광모듈 분야에서 규제와 맞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전력 인버터와 강제노동 관련 제재를 확대했고, 중국은 드론 수출 심사 강화와 미국 기업·기관 제재로 대응했다. 양국이 조치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어 첨단기술 규제가 향후 경제·무역 협상의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공지능과 첨단 로봇, 광모듈, 강제노동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희토류 수출과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 기존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는 이어가면서도 미래 산업 분야에서는 규제와 맞대응을 주고받아 ‘관리형 경쟁’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첨단 로봇 장비와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전력 인버터를 안보 위험 장비 목록에 추가했다. 국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국산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자 중국은 보호무역주의라고 반발했다. 미 국토안보부도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 제재 대상에 중국 기업 43곳을 추가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5일 드론과 핵심 부품·기술의 대미 수출을 건별로 엄격히 심사하고 간소화된 허가 절차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과 기관 7곳을 제재하고 미국 인증기관이 수행하던 중국강제인증 후속 공장검사도 중단했다.
대립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통신 부품인 광트랜시버로 확대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광섬유를 통해 데이터를 고속 송수신하는 중국산 신형 광트랜시버의 수입을 막는 규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세계 10대 광트랜시버 업체 가운데 7곳이 중국 기업이라는 산업 구조를 들어 실제 금지 조치의 시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문샷에이아이가 대규모언어모델 ‘키미 케이3’를 개발하면서 앤트로픽 모델의 지식과 답변을 무단 활용해 증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중국 상무부는 근거 없는 위협이자 ‘인공지능 패권주의’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조치들이 전면적인 무역 갈등이나 정상회담 일정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처럼 미국에 직접 충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을 꺼내지 않았고, 이번 대응도 상황에 맞춰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향후 경제·무역 협상의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부산과 올해 5월 베이징에서 관계 안정에 뜻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예정일은 9월 24일이지만, 회담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첨단기술 전선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