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엔화 공동 방어에도 약세 구조는 지속
핵심 요약
미국과 일본이 약 30년 만에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해 달러·엔 환율을 끌어내렸다. 미국의 개입에는 일본의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을 낮춰 자국 금리 상승을 막으려는 목적이 반영됐다. 일본의 부채와 저금리 구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8월 이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31일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함께 사들였다. 양국의 공동 엔화 매수는 1998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전날 거래은행에 환율을 확인한 뒤 미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를 팔고 엔화를 매수했다. 일본은행도 이틀 연속 개입해 6조~8조엔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당 160엔대였던 환율은 지난 3일 장중 155엔대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참여에는 미 국채시장 방어 목적이 깔려 있다. 일본은 약 1조1400억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일본이 엔화 방어용 달러를 확보하려고 미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미국이 달러 대신 유로를 팔아 엔화를 산 것도 달러 가치를 낮추지 않으면서 엔화만 끌어올리려는 방식이다. 올해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0.5%포인트 올랐고 30년물은 5.2%대에 도달했다.
엔화 약세를 만든 구조는 그대로다. 일본의 국내총생산 대비 일반정부부채는 2024년 214%로 주요 7개국 중 가장 높지만 장기금리는 가장 낮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재정 위험에 따른 추가 금리 상승을 억제해 왔고,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됐다. 2000년 이후 엔화의 실질 가치는 57% 하락했다.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금융기관의 국채 평가손실과 정부 이자비용도 커진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수익률곡선통제를 종료하고 보유 국채를 줄이고 있지만, 금리 급등 때는 매입을 확대할 여지를 남겼다. 다카이치 내각은 지난 6월 14년간 2조3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고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공동 개입 영향으로 7월 30~31일 달러·원 환율이 종가 기준 약 20원 내렸다. 법인세 중간예납과 수출대금 환전은 8월까지 원화에 우호적이지만, 이후 해외 자산 투자에 따른 자금 유출이 다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연말 환율이 148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