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엔화 공동 개입, 베선트의 뒤바뀐 역할
핵심 요약
미국과 일본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공동 개입에 나섰다. 과거 엔화 하락에 투자했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번에는 방어 조치를 지휘했다. 엔화는 개입 직후 반등했지만 다시 약세를 보여 개입 효과의 지속성은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주재한 백악관 각료회의 사진이 외환시장을 흔들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앞에 놓인 쪽지에는 일본 엔화를 50억~100억달러 규모로 매수한다는 할 일이 적혀 있었다. 미 재무부의 시장 개입을 공개적으로 예고한 장면이었으며, 이후 미국과 일본은 실제 공동 개입에 나섰다. 일본의 국가부채 상황을 겨냥한 환투기 세력에 엔화 매도를 경고하는 조치로 해석됐다.
이번 조치를 지휘한 베선트는 과거 외환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였다. 그는 소로스펀드에서 일하던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투기에 참여해 영국은행을 압박했고, 2010년대 초반에는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해 10억달러 넘는 수익을 올렸다. 독립한 뒤에는 지정학적 상황과 경제 지표를 토대로 투자 기회를 찾는 매크로 투자자로 월가에서 이름을 알렸다. 엔화 약세에 투자했던 인물이 이제 미국 재무부 수장으로서 엔화 방어를 맡은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함께 엔화 시장에 개입한 것은 1998년 이후 거의 30년 만에 처음일 만큼 이례적이다. 양국 모두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가운데, 베선트는 엔화 방어를 개입 목적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는 10년물이 4.6%대, 30년물이 5.2%대이며, 특히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의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일본은행은 미국 국채를 약 1조달러어치 보유한 큰손이다. 엔화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려고 미 국채를 매도하면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환투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채에 의존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이자 상환 부담 확대를 방치하기 어려운 처지다. 지난달 말 40년 만의 최저 수준인 달러당 164엔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개입 뒤 155엔까지 반등했지만 곧 159엔대로 다시 밀렸다. 공동 개입의 지속적인 효과와 재정건전성 회복 여부가 엔화 방어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