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에 뿌리내린 라틴계의 양면성
핵심 요약
트럼프 재집권 뒤 이민 당국의 단속이나 구금 과정에서 60명 넘게 숨졌다. 라틴계는 이민 제한의 주요 대상인 동시에 국경순찰대와 이민세관단속국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해 왔다. 노동 경쟁과 소속감·지위에 대한 불안은 라틴계 내부의 제한적 이민 정책 지지를 오랫동안 떠받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 뒤 이민 당국의 단속 과정이나 구금 중 숨진 사람은 60명을 넘어섰다. 최근 한 주 사이에도 휴스턴의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와 메인의 호안 세바스티안 두란 게레로 등 라틴계 이민자 2명이 사망했다. 동시에 현장 단속을 수행하는 조직에도 라틴계 인력이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다. 국경순찰대원의 과반이 라틴계이며, 이민세관단속국 요원 중 라틴계 비율도 약 20~30%다.
라틴계가 이민 제한 정책의 대상이면서 집행자이기도 한 현상은 수십 년간 이어졌다. 1950년대에는 일부 라틴계 지도자와 단체가 미등록 이주민 수십만 명과 시민권자 가족의 추방을 추진한 ‘웻백 작전’을 지지했다. 이주 노동력이 노조를 약화하고 임금을 낮추며 파업을 무너뜨리는 데 이용된 현실 속에서 일자리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였다. 1960~1970년대 전미농장노동자연합 활동가들도 미등록 노동자를 신고하거나 국경 순찰을 조직했고, 일부 현장에서는 폭력이 발생했다.
민권운동과 흑인 권리운동의 확산은 이런 흐름에 변화를 가져왔다. 치카노 운동이 성장하면서 일부 멕시코계 미국인은 백인 사회로의 동화를 거부했고, 라틴계 정치권에서 이민 제한론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그러나 노동 경쟁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1994년 캘리포니아에서 이민자와 가족의 사회서비스 이용을 막으려 한 주민발의안 187호에는 최종적으로 라틴계의 25%만 찬성했지만, 투표 전에는 절반 가까이가 찬성을 검토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트럼프를 지지하는 라틴계’ 세력은 트럼프와 MAGA 운동의 성장에 힘을 보탰고, 2024년 대선에서는 라틴계 지지가 더 확대됐다. 증가세는 라틴계 남성과 라틴계 인구 비중이 큰 미국·멕시코 접경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미국 우파가 인종보다 다문화주의·여성주의·성소수자 권리·이민·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정치적 결속 기준으로 넓히면서 라틴계 인사도 보수와 극우 진영에 합류했다. 최근 여론은 라틴계가 트럼프와 공화당에서 다시 멀어지는 흐름을 보이지만, 이민 제한 정치에 대한 지지는 일시적 역설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반복된 선택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