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동 백신 권고 재편…6종은 개별 상담으로
핵심 요약
미국 정부가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권장하는 예방접종 대상을 11개 질병으로 재편했다. 6개 질병은 의사와 보호자가 접종 여부를 정하고 MMR 백신은 분리 접종하도록 했다. 의료계의 반발 속에 실행 가능성과 법적 구속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아동 예방접종 권고 체계를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권장되는 대상은 홍역·볼거리·풍진·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폐렴구균 질환·인유두종바이러스·수두 등 11개 질병으로 정리됐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조치가 접종 혼란을 키워 아동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 필수 접종 대상이던 B형 간염과 A형 간염, 인플루엔자, 로타바이러스, 코로나19, 수막구균 질환은 의사와 보호자가 아동의 상태를 살펴 접종 여부를 정하는 ‘공동 임상 의사결정’ 대상으로 전환됐다. 행정명령은 홍역·볼거리·풍진을 한 번에 예방하는 MMR 복합백신도 각각 다른 시기에 나눠 맞히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에는 MMR 외에 세 질병을 따로 접종할 수 있도록 허가된 개별 백신이 없어 실행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은 권고 축소를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린이의 백신 접종량이 지금보다 적었고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높은 자폐증 발병률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두 현상의 인과관계는 제시하지 않았다. 앤드류 라신 미국소아과학회 회장은 40여 차례의 양질의 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감염병위원회 소속 애런 밀스톤 박사는 정부와 학계의 엇갈린 메시지가 부모의 접종 연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명령의 법적 구속력도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의 접종 권고안은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문위원회가 마련하고 센터 국장이 채택하며, 학교와 어린이집 입학 때 접종을 의무화할 권한은 주 정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적 신념이나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면제를 요구하는 부모의 주 정부 상대 소송을 지원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앞서 지난 1월 접종 권고 축소에는 6개 의료단체가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이 3월 효력을 잠정 중단했다. 공화당 소속 의사 출신 빌 캐시디 상원의원도 이번 조치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백신 분리로 병원 방문이 늘 경우 보험 보상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