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로 매도·엔화 매수에 유럽 당국 반발
핵심 요약
미국이 유럽 금융당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유로를 매각해 엔화를 사들였다. 달러 가치와 강달러 정책을 지키면서 일본의 미 국채 매각을 막으려는 배경이 거론된다. 대규모 개입으로 엔화는 반등했지만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미국 재무부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달러 대신 유로를 매각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유럽 금융당국에는 이를 미리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CB는 개입이 이뤄진 뒤 거래 사실을 파악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통화해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유럽 당국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서방 통화당국의 협력 관례에서 벗어난 매우 이례적이고 서글픈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뉴욕연방은행은 지난달 31일 미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다. 정확한 거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날 외부에 노출된 베선트 장관의 메모에는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수 계획이 적혀 있었다. 미국은 통상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달러를 매각해 왔다. 이번에는 유로를 활용하면서도 관련 당국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아, 시장 개입의 방식과 국가 간 협의 절차가 동시에 논란이 됐다.
달러를 직접 팔 경우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베선트 장관이 추진하는 강달러 정책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유로 매각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이 엔화 방어에 나선 데에는 일본의 미 국채 매각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이 개입 자금을 마련하려고 미 국채를 팔면 채권 공급 증가로 수익률이 오르고, 미국 정부는 더 높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이미 19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총 13조7800억엔을 투입해 엔화를 매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4월 30일과 5월 4일·6일 세 차례 개입에 쓴 11조7300억엔보다 많다. 지난달 29일까지 달러당 163엔을 웃돌던 환율은 31일 157.42엔으로 내려가 엔화 가치가 일부 회복됐다. 다만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 억제에 소극적이라는 우려는 남아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수 있으며, 9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44%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