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엔화 지원, 아시아 통화·국채시장 겨냥
핵심 요약
미국이 엔화 부양에 연준의 유로화와 위기 대응 유동성 장치를 동원했다. 원화와 위안화의 경쟁적 약세를 억제하고 미 국채금리 상승 부담을 낮추려는 포석이 함께 담겼다. 엔화 급등 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원화 약세가 되레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4일 현지시간 엔화 시장개입을 설명하며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변동성까지 거론했다. 엔화 부양에 미국이 직접 나선 만큼 주변국도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경쟁력 방어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과 원화 약세 흐름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엔화 지원 과정에서 연방준비제도가 보유한 유로화와 위기 대응용 유동성 공급 장치인 해외·국제통화당국 환매조건부채권 기구를 동원했다.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공급받는 구조다. 외국 통화당국의 미 국채 매도 압력을 낮출 수 있어 국채금리 상승을 부담스러워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
엔저로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도 통화 강세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1990년대 후반 엔화 가치가 1년 동안 달러당 30엔 하락했을 때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통화위기가 심화한 경험도 이런 경계의 배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한국을 네 차례 연속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으며,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대미 투자 결정도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대신 아시아·남미·아프리카 수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 지연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다만 미·일 공조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 있다. 자금 회수로 글로벌 증시와 위험자산 선호가 위축되고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원화 약세가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캠프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포착된 엔화 관련 메모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여러 가상 일정으로 구성한 할 일 목록을 작성하다가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수 항목까지만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