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돌아온 심훈 문학 유산 59점
핵심 요약
심훈 유족이 친필 원고 등 문학 자료 46건 59점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탁했다. ‘상록수’ 원고와 영화 시나리오, 검열 흔적이 남은 ‘그날이 오면’ 등이 처음 공개됐다. 심재호 씨가 미국 자택에서 보관해 온 자료는 2019년 시작된 협의를 거쳐 한국으로 이관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이 미국에 거주하는 심훈 작가(1901~1936)의 유족에게서 문학 자료 46건 59점을 기탁받아 11일 처음 공개했다. 장편소설 ‘상록수’를 비롯해 시 ‘그날이 오면’, 소설 ‘직녀성’과 ‘영원의 미소’의 친필 원고 등이 포함됐다. 심훈의 손녀 심영주 씨(67)는 미국 알링턴에서 화상으로 간담회에 참석해 자료가 작가의 정신을 이어갈 공간에 보존되기를 바랐던 부친의 뜻을 전했다.
기탁 자료에는 ‘상록수’ 친필 원고와 신문 연재본 스크랩, 교정쇄, 단행본 초판의 표지와 내지, 심훈이 직접 쓴 영화 시나리오 원고가 함께 들어 있다. ‘상록수’는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9월 15일부터 이듬해 2월 15일까지 연재됐다. 브나로드 운동과 식민지 농촌의 현실을 담은 이 작품은 영화로도 준비됐으나, 심훈이 1936년 장티푸스로 숨지면서 각색한 시나리오만 남았다.
자료는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 씨(1936~2021)가 오랜 기간 수집하고 정리해 보관해 왔다.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던 그는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친필 자료를 오동나무 함에 넣어 한 장씩 관리했고, 2007년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 ‘심훈기념관’을 마련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19년부터 이 자택을 찾아 자료 이관을 협의했으며, 유족과 올해 6월 기탁약정서를 체결했다.
‘그날이 오면’ 원고에는 지면 위를 가로지르는 붉은 붓질과 위아래에 찍힌 ‘削除(삭제)’ 도장이 남아 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1932년 조선총독부의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해 당시 책으로 나오지 못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했다는 소식을 담은 신문 호외 뒷면에 쓴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기탁됐다. 이 작품은 심훈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시이며, 유족은 그의 정신에 맞는 세심한 보존을 문학관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