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먹는 ‘소나기밥’, 굶주림 담긴 우리말
핵심 요약
‘소나기밥’은 평소 적게 먹다가 갑자기 많은 양을 먹는 밥을 뜻한다. ‘허발’과 ‘허천’은 굶주리거나 궁해 체면 없이 먹거나 덤비는 상태를 가리킨다. 양이나 정도가 크다는 전라도 방언 ‘허벌나다’는 ‘허발’과 의미가 다르다.
평소에는 적게 먹다가 어느 때 갑자기 많은 양을 먹는 밥을 우리말로 ‘소나기밥’이라 한다. 학교 폭력 피해로 약 1년간 상담을 받아 온 한 학생은 기숙사 음식의 질이 낮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상담 뒤 찾은 초밥집에서 2인분을 빠르게 비운 뒤 추가로 주문한 음식도 함께 먹었다. 학생은 정신과 진단과 치료 기록을 제출해야 기숙사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 학생과 대화를 이어 온 상담자는 교육계에서 44년간 일했으며, 중등교사로 근무한 14년 동안 주로 학생부에서 선도 대상 학생과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을 만났다. 이번 사안에서는 가해 학생들이 반만 옮긴 채 학교생활을 계속하는 반면 피해 학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기숙사에서 퇴소할 가능성까지 생겼다. 식사 자리에서도 학생은 연금 생활자인 상담자의 형편을 의식해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소나기밥’은 끼니가 넉넉하지 않던 1970년대의 생활상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고등학생 가운데 평소 밥을 충분히 먹기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았고, 한 학생은 점심때마다 경기도 여주의 친구 집을 찾아 식사했다. 정부미를 주로 먹던 그에게 여주 쌀로 지은 밥은 반찬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두 사람은 당시의 한 끼를 기억하며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허발’은 몹시 굶주리거나 궁한 나머지 체면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먹거나 덤비는 상태를 뜻한다. ‘허천’도 비슷한 의미이며, 동사형은 ‘허발하다’이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식사를 가리키는 ‘소나기밥’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배고픔 끝에 거침없이 먹는 모습이 겹친다. 반면 전라도 방언으로 주로 쓰이는 ‘허벌나다’는 양이 매우 많거나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어서 ‘허발’과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