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키운 투자 빚, 이혼 때 공동 부담될까
핵심 요약
남편이 배우자 몰래 대출과 지인 차입금으로 고위험 투자를 벌인 뒤 거액의 손실을 냈다. 상의 없이 발생한 투자 채무는 원칙적으로 개인 채무로 판단돼 재산분할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된 투자 실패와 거짓말, 폭언, 가출은 혼인 파탄의 책임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결혼 3년 차 맞벌이 여성 A씨가 남편이 몰래 가상화폐와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 거액의 채무를 떠안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남편은 빚 독촉이 이어지자 전세보증금으로 채무를 갚자고 요구했고, A씨가 공동자금이라며 거절하자 욕설을 한 뒤 집을 나갔다. 이후에는 이혼과 전세보증금 분할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 부부는 결혼 당시 각자 모은 돈에 전세자금 대출을 보태 아파트 신혼집을 마련했다. 남편은 1년 전 직장 동료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해 처음 수익을 얻은 뒤 은행 신용대출은 물론 친척과 친구에게 빌린 돈까지 투자금으로 썼다. 자금은 이른바 잡코인과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고, 코인 상장폐지와 레버리지 상품 강제 청산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다.
A씨는 남편의 투자와 차입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과거 투자 여부를 물었을 때도 남편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일이 첫 손실도 아니었다. 남편은 결혼 초 주식 투자로 약 1000만원을 잃었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같은 문제가 재발한 데다 거짓말과 폭언, 가출까지 이어지면서 혼인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이혼과 채무 부담 범위를 고민하고 있다.
배수지 변호사는 무리한 가상화폐·주식 투자 채무만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가 성립하지는 않지만, 반복적이고 과도한 투자로 가정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부부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났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와 상의하지 않은 고위험 투자 채무는 원칙적으로 개인 채무여서 재산분할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함께 살 전셋집 마련에 쓰인 전세자금 대출은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된 채무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위자료는 혼인 기간과 폭언 정도, 경제적 피해 규모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