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잃은 수단이 부르는 판단의 혼란
핵심 요약
견지망월은 목적을 잊고 수단 자체에 집착하는 오류를 경계한다. 이 오류는 실월·실지·부지명암으로 이어져 목적과 수단의 의미를 함께 훼손한다. 무명과 아상을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성찰이 정치와 조직의 리더십에 요구된다.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AI학부 교수는 능엄경의 ‘견지망월’을 통해 목적을 잊고 수단에 집착하는 인간의 오류를 짚었다. 달은 진리와 본질 같은 궁극적 목적을, 손가락은 언어와 제도처럼 목적에 이르기 위한 방편을 뜻한다. 수단은 목적을 실현할 때 가치를 얻지만,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면 본래 지향점까지 놓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손가락을 달로 착각할 때 나타나는 손실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먼저 바라봐야 할 달을 잃는 ‘실월’, 이어 손가락의 기능과 의미마저 사라지는 ‘실지’ 또는 ‘역망기지’가 발생한다. 끝내 달의 밝음과 손가락이 만든 어둠을 구별하지 못하는 ‘부지명암’에 빠지며, 목적과 수단을 함께 상실한 인지적 혼란에 이르게 된다.
이 같은 오류는 학문과 소통, 정치와 조직 운영에서 반복될 수 있다. 진리 탐구와 자아실현보다 교재와 설명에 매달리거나, 대화의 주제 대신 말투와 표현을 문제 삼으면 본질이 흐려진다. 정치에서도 국가 안위와 사회 정의보다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이 앞설 경우 법과 제도, 경제·민생 대책, 수사권과 사법체계, 개헌과 권력 운영을 둘러싼 판단이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불교적 관점에서 이러한 집착의 뿌리는 연기의 이치를 보지 못하는 ‘무명’과 자신의 판단을 절대화하는 ‘아상’이다. 유식학은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아치, 자기 판단만 옳다고 여기는 아견, 타인의 대안과 전문가 의견을 외면하는 아만, 권력과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아애로 구분한다. 이강우 교수는 위정자뿐 아니라 기관·기업·조직의 리더도 자신의 판단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금강경을 읽는 자신에게도 수행과 성찰이 따르는지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