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호황기, 시스템 반도체 도약의 기회
핵심 요약
AI 투자 확대로 한국 메모리 기업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수급 변화와 경쟁사 추격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창신메모리와 마이크론의 투자 확대는 한국 중심의 메모리 시장 구도를 흔들 수 있다. 메모리 호황기에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해야 산업의 시황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 1·2위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공급 부족 국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수급 변화와 경쟁사의 추격을 고려하면 메모리 중심 성장만으로 현재의 위상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는 지난달 말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직후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에 이 회사의 D램이 채택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자국 지원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 가격 상승과 병목에 따른 수익 확대 폭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메모리 가격의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는 흐름은 수급 균형에 따른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AI 인프라 수요가 계속되더라도 올해 초와 같은 공급 부족 효과가 반복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던 2022~2023년에는 메모리 한파로 국내 기업들이 적자에 빠졌다. 이 시기는 메모리 시황 변화가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실적을 크게 흔드는 취약한 구조를 드러냈다.
정부는 2019년 ‘2030 종합 반도체 강국’ 비전을 내놓고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나섰지만, 관련 경쟁력은 여전히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며 고부가가치 분야라는 점에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할 핵심 축이다.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설계와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해야 시황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투자 여력을 확보한 현 호황기가 그 전환을 추진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