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장기계약, 실적 안정과 수익 제한의 두 얼굴
핵심 요약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안정성을 높일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다년 계약 물량은 추가 협상 완료 시 중장기 생산 능력의 60~70%에 이를 전망이다. 가격 급등기와 제품 세대 전환기에는 계약 조건이 추가 매출과 이익 확대를 제한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으면서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LTA)의 득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객사가 장기간 구매할 물량을 약속하고 선수금을 지급하는 구조는 불황기에 실적과 주가의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 반면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거나 제품 세대가 바뀌는 시기에는 사전에 정한 가격과 물량이 이익 확대를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다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I 관련 대형 고객사 5곳과의 협상까지 마무리되면 다년 계약 물량은 중장기 생산 계획에 반영된 메모리 생산 능력의 60~70%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계약에는 가격 하한선과 함께 이행을 담보하는 선수금 또는 예치금이 포함되며, 삼성전자는 전체 선수금의 약 4분의 1을 이미 받았다.
최소 구매 물량과 가격 하한을 확보하면 업황이 악화돼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어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메모리 업황의 급격한 등락에서 비롯된 반도체주의 고질적인 할인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LTA에는 가격 상한과 하한이 함께 설정되기 때문에 시세가 빠르게 오르더라도 상승분을 계약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이 열리던 시기에 엔비디아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했지만, 범용 D램 가격 급등과 HBM3E에서 HBM4로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계약의 제약도 드러났다.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D램 점유율은 SK하이닉스 26%, 마이크론 25%로 격차가 1%포인트에 그쳤고, 경쟁사보다 일찍 맺은 HBM 장기 계약도 영향을 미쳤다. 안정적인 주문을 확보한 대가로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매출 일부를 놓칠 수 있어, LTA는 침체를 없애기보다 충격을 줄이는 장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