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망, 5년 장기계약 체제로 재편
핵심 요약
AI발 메모리 수요 증가로 5년 장기 공급 계약이 업계의 중심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량이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고 있다. 공급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비계약 고객의 비용 부담과 불황기 계약 이행 위험은 남아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장기 공급 계약으로 채우고 있다. 과거 호황기에 1년 단위가 일반적이던 계약 기간은 5년을 중심으로 길어졌다. 첫해 말부터 매년 1년씩 연장해 잔여 기간을 계속 5년으로 유지하는 롤링 방식도 도입됐다. 공급사는 판매 안정성을 높이고, 고객사는 부족한 물량을 선점하려는 이해가 맞물린 결과다.
주요 고객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미국 사업자들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마쳤고, 다른 대형 고객 5곳과도 협상 완료 단계에 들어갔다. AWS·마이크로소프트·구글클라우드·메타·오라클이 핵심 고객군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10여 곳과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통상 5년을 기본 기간으로 삼는다. 키옥시아는 2028년 물량의 50%, 마이크론은 매출의 50% 이상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 물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계약 구조는 물량을 확정하고 가격을 시세에 연동하는 형태가 주류다. 삼성전자 계약은 분기별 인하 폭이 최대 5%로 제한되는 반면 인상 폭은 10~20% 이상이 가능하고 명시적 상한은 없는 구조로 파악됐다. 마이크론은 가격 상·하한을 설정한 밴드형을 적용했다. 계약 취소를 막는 테이크오어페이와 다년 선수금 조항도 확산했다. 미국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3분기에 13~18%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서버 D램 가격을 통제하면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고 있다.
장기계약 밖의 수요처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동시에 겪고 있다. 8월 9일 DDR4 8Gb 평균 현물가는 42.45달러로 7월 평균 고정거래가 24달러보다 77% 높았다. 델·HP·레노버는 PC 가격을 15~20% 올렸고 스마트폰 업체들은 탑재 메모리를 줄였다. 한편 8곳과 계약한 샌디스크는 약 3개월이던 수요 가시성을 4년 이상으로 넓혔다. 3~5년 주기의 업황 변동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AI 투자 수익성이 입증되지 않아 주문이 급감할 경우 장기계약의 지속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