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담합 키운 낮은 제재, 영국식 처벌 주목
핵심 요약
돼지고기 공급업체들의 1조2000억 원대 담합과 조사 과정의 자료 삭제 정황이 확인됐다. 영국은 매출액 기준 과징금과 이사 자격 박탈, 징역, 조달 배제를 함께 운용한다. 한국도 과징금 상향과 개인 책임 강화, 전속고발권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돼지고기를 공급한 업체들이 6년 동안 매주 견적가격을 교환한 담합 사건의 규모가 검찰 수사에서 1조20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착수하자 직원들이 대화방을 없애고 다시 만들기로 하는 등 자료 삭제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은 31억6500만 원으로, 전체 담합 규모의 4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먹거리 가격을 둘러싼 담합은 돼지고기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에서도 담합이 적발됐고, 식료품 원재료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은 1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공정위에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사업자가 자료를 지우면 증거 확보에 제약이 생긴다. 기업의 위법 이익을 억제하고 조사 방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재와 수사 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영국은 경쟁시장청이 담합 기업의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대 10%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담합 사건의 산정 출발점은 위반 정도에 따라 관련 매출액의 최대 30% 수준까지 적용된다. 관여한 이사는 최장 15년간 자격을 잃을 수 있고, 해당 기업은 정부 조달에서 최대 5년간 배제될 수 있다. 형사책임이 인정되면 최대 5년의 징역과 상한 없는 벌금도 부과된다.
영국의 자진신고 감면제도는 가장 먼저 담합을 밝힌 기업에 과징금 전액 면제와 관련 임직원의 형사처벌·이사 자격 박탈 면제 혜택을 주고, 신고가 늦을수록 감면 폭을 줄인다. 한국도 담합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의 30% 수준으로 높이고 총수나 임원에게 개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이나 기업이 일정 수 이상 참여하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46년간 유지된 전속고발권을 손질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