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대출 창구, 전문직·대단지로 자금 쏠림
핵심 요약
가계대출 총량규제 속에서 은행의 고객·담보 선별이 강화됐다. 전문직 대출 잔액은 한 달 새 745억원 늘었고 대단지에는 수천억원의 잔금대출 한도가 배정됐다. 무수익여신이 처음 6조원을 넘어서며 일반 직장인과 소규모 단지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소득과 직업 안정성, 담보 회수 가능성을 따져 대출 고객을 선별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전문직 대출 잔액은 8조5121억원으로 한 달 사이 745억원 늘었다. 신규 대출에서 상환액을 뺀 잔액이 증가한 만큼 실제 새로 실행된 대출 규모는 이보다 컸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직 대출은 5월 673억원, 6월 1458억원 증가한 데 이어 대출 창구 축소 논란이 커진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은행들은 의사와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을 위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별도로 운영한다. 반면 월 250만원을 받으며 연체 없이 근무해 온 중소기업 2년 차 직장인 A씨는 급한 생활비를 위한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됐다.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단지 규모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9월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 은행별로 1000억원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5대 은행은 경기 수원시 매교역 팰루시드에도 총 5000억원을 취급하기로 했다. 두 단지는 각각 3064세대와 2178세대로,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고 거래가 활발해 담보가치 평가와 부실 발생 시 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쉽다.
소규모 단지는 거래와 잠재 고객이 적어 대출 배정에서 밀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동짜리 아파트에 11월 입주할 B씨는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은행에서도 잔금대출을 확약받지 못했다. 은행의 선별 움직임에는 부실채권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의 2분기 말 무수익여신은 6조4108억원으로 지난해 말 5조65억원보다 28.1% 늘며 처음 6조원을 넘어섰다. 제한된 대출 여력이 전문직과 담보가치가 높은 대단지에 집중되면서 일반 직장인과 나홀로 아파트 입주자의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