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청과시장, 장터의 빈 공간을 미술관으로
핵심 요약
마산청과시장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청과물 거래 현장과 현대미술 전시장이 공존하는 장소로 변모했다. 2016년 첫 전시 이후 국내외 작가들이 시장과 마산의 풍경을 회화·사진·설치 작품으로 기록했다. 안성진 대표는 예술이 숫자와 논리 중심의 판단을 보완하고 공감과 창의성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벽마다 과일 상자와 상인들의 외침으로 분주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청과시장이 현대미술 전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수근이 세운 건축사무소 공간그룹이 설계한 이 건물은 전체 면적 3만4473㎡ 규모다. 커다란 채광창 아래 거래 공간은 그대로 운영하면서, 2층의 넓은 복도와 사용이 뜸했던 회의실·운동 공간에는 회화와 사진, 설치 작품을 배치했다.
예술가들은 약 10년 전부터 시장을 찾아 상인과 청과물의 움직임을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는 수십 년간 현장에서 쓰인 나무 수레를 모아 조각으로 제작한 뒤 경남도립미술관 개인전에 선보였다. 현재 시장 전시장에서는 권순철의 추상화, 서용선의 마산 앞바다와 단종 그림, 오마키 신지와 가나인 작가의 회화, 최정화의 설치 작품, 사진가 이강우가 담은 시장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다.
공간 조성을 이끈 안성진 대표는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생활했다. 서울로 옮긴 뒤 대학로의 공연장과 카페를 즐겨 찾았고, 1984년 사카모토 류이치의 뮤직비디오를 계기로 백남준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는 뉴욕 맨해튼을 자주 방문하며 현대미술에 관심을 키웠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가업을 이어 2003년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이듬해 코엑스 아트페어 방문을 계기로 시장과 예술을 결합하는 구상을 시작했다.
구상은 2016년 사옥의 빈 복도와 회의실을 전시장으로 바꾸면서 현실이 됐다. 첫 참여 작가 서용선은 5개월간 마산에 머물며 앞바다와 개발 현장의 크레인, 깎인 산, 시장 주변 풍경을 작품에 담았다. 이후 권순철·최인호·한홍수와 도쿄예술대 교수 오마키 신지 등이 레지던시와 기획전에 참여했다. 1층 포스터를 본 상인과 주민뿐 아니라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 소장가도 방문했다. 안 대표는 일본과 서울, 마산을 거치며 쌓은 경계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숫자와 논리 중심의 판단을 넘어 타인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공감과 창의성이 예술의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