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형제 법적 폐지…한국의 선택은 계류 중
핵심 요약
레바논 의회가 사형을 가중 중노동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교도소 과밀과 대규모 사면법의 중복 적용 문제는 후속 과제로 남았다. 28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위헌 심판과 대체 형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의회가 현지 시간 8월 11일 사형을 가중 중노동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128석 가운데 과반이 찬성했으며 헤즈볼라만 반대표를 던졌다. 이로써 레바논은 사형제를 완전히 없앤 114번째 국가이자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중 지부티에 이은 두 번째 폐지국이 됐다. 중동 본토의 아랍 국가로는 첫 사례다.
레바논은 2004년 1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사형 선고를 이어왔다. 사형수로 남은 78∼85명의 형은 법 시행과 함께 종신형으로 바뀐다.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는 종신형, 이후 범죄에는 가중 종신형이 적용된다. 법안은 내각 승인과 조셉 아운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다만 재정난과 교도소 과밀로 중노동형이 최근 거의 시행되지 않아 대체 형벌의 집행 방식은 과제로 남았다.
법안은 정당이 다른 의원 7명이 2025년 10월 공동 발의했으며, 2004년과 2008년의 폐지 시도가 무산된 뒤 법제화에 이르렀다. 헤즈볼라는 함께 논의되는 대규모 사면법이 종신형 전환 대상자에게 중복 적용되면 테러범 등의 형량이 지나치게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해당 사면안은 1990년 내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로, 무장 세력과 마약 밀매범의 감형 또는 석방 가능성을 담고 있어 범죄 피해자 유가족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사형제를 법률에 남겨둔 채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집행을 마지막으로 28년째 집행하지 않고 있다.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으며 현재 사형 확정 수형자는 56명이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합헌 결정을 내렸고 세 번째 위헌 심판인 2019헌바59 사건은 계류 중이다. 사형제 존치 응답은 2005년 64.8%에서 2022년 69%로 높아졌고, 폐지 법안은 15대 국회 이후 거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레바논의 법제화는 한국이 사실상 집행 중단을 법적 폐지로 전환할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