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록이 그린 AI 이후의 지구
핵심 요약
제임스 러브록은 초지능 사이보그가 인류세 이후의 지구를 이끌 신성세를 예측했다. 그는 신성세를 생명 진화와 선택의 연장선으로 보고 인간과 전자적 존재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했다. 가이아 이론에서 출발한 그의 미래 구상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지구와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
‘가이아 이론’을 세운 영국 과학자이자 발명가 제임스 러브록은 생애 말년까지 지구와 생명의 미래를 새롭게 해석했다. 그는 2019년 마지막 저작 ‘신성세-초지능 AI의 진화와 인류세의 종언’에서 인류세가 빠르게 저물고,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지닌 사이보그가 지구의 최상위 종으로 등장하는 ‘신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러브록이 말한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속 폭력적인 기계와 달리, 공학적으로 물질화된 자기충족적 유기체다. 그는 신성세를 찰스 다윈이 밝힌 오랜 생명 진화와 선택의 연장선에서 바라봤다. 인간과 ‘전자 자손’은 살아 있는 행성 지구를 유지하는 데 함께 필요하며, 공존하거나 대체되는 어느 경우에도 인류는 우주가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필수적 역할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사유의 출발점은 1972년 발표한 가이아 가설이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스스로 조절되는 유기적 시스템이라는 설명으로,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대지 여신 가이아에서 가져왔다. 번식하지 못하는 지구를 생명체로 볼 수 없다는 당시 학계의 비판에 러브록은 40억년 된 유기체에는 번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후 지구를 하나의 생태·환경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관점은 널리 자연스러운 생각이 됐다.
1919년 태어난 러브록은 화학을 공부하고 1948년 의학 박사, 1959년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의대에서 연구했고 미국 항공우주국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만, 생애 대부분은 독립 연구자로 보냈다. 2022년 103살로 타계한 그의 신성세 전망은 검증되지 않은 미래 예측으로 남아 있다. 물리학자 장회익은 러브록이 직관을 과신해 독자에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을 짚으면서도, 그 사유가 지적 긴장을 일으키는 강력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