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복과 물복, 유통 기술이 가른 복숭아 취향
핵심 요약
딱복과 물복 논쟁이 온라인 취향 대립의 대표적 밈으로 자리 잡은 지 10년을 맞았다. 단단한 품종은 과거 취약한 물류 환경에서 보관과 유통 문제를 해결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택배와 콜드체인 발달로 물복이 부활한 가운데 딱복은 신품종과 ‘아삭함’이라는 표현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름철 복숭아를 둘러싼 ‘딱복’과 ‘물복’ 논쟁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다. 두 명칭이 취향 대립을 상징하는 밈으로 쓰이기 시작한 때는 2016년으로,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현재는 물복 선호 여론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2021년 7월 한 스트리머의 ‘쇠고기 딱복국’ 발언에 이어 무처럼 단단하고 밍밍하다는 뜻의 ‘딱복 깍두기’ 표현까지 등장하며 딱복의 이미지를 흔들었다.
딱복의 확산에는 과거 국내 유통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까지 물류와 저온 저장 기술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무르고 과즙이 많은 복숭아는 운송 중 멍들거나 썩기 쉬웠다.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은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1977년 ‘유명’을 육성했고, 1980년대 전국 농가에 보급했다. 유명은 익은 뒤에도 과육이 매우 단단하고 신맛이 적으며 보존성이 뛰어나 1990년대까지 시장을 장악했다.
비슷한 변화는 미국 토마토 생산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은 1942년 브라세로 프로그램을 시작해 토마토를 손으로 수확할 멕시코 노동자를 대거 고용했지만, 1964년 인권과 노동 문제로 제도를 폐지했다.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농업계는 기계 수확에 견디는 단단한 품종을 개발했다. 대규모 생산 토마토는 파랗고 단단할 때 수확한 뒤 에틸렌 가스로 후숙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완숙 토마토가 지닌 단맛·신맛·짠맛과 감칠맛, 향이 약해졌다.
2000년대 들어 택배와 콜드체인이 발달하자 천중도와 미백 등 물복 계열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고, 유명은 통조림용으로 밀려났다. 딱복 계열도 2010년대부터 경봉·오도로키와 마도카처럼 단맛이 강한 품종을 내놓으며 대응했다. 유통업계는 취향 논쟁 속에서 ‘딱딱한 복숭아’ 대신 ‘아삭한 복숭아’라는 표현을 내세우고 있다. 딱복과 물복의 대립은 개인의 기호만이 아니라 품종 개발과 저장·운송 기술의 변화가 형성한 소비 경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