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여가 비용 급등…'펀플레이션'이 집 안까지 덮쳤다
핵심 요약
펀플레이션이 게임과 OTT 등 실내 디지털 여가 분야로 확산하며 미국 가정의 엔터테인먼트 거래 건수가 감소했다. 닌텐도, MS, 애플 등 기기 가격과 넷플릭스 등 구독료가 잇따라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요금 인상이 예상되고, 독서율 상승 등 여가 행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을 중심으로 나타난 '펀플레이션(Fun+Inflation·여가 물가 상승)'이 게임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실내 디지털 여가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대형 지역은행 PNC파이낸셜서비스가 소비자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미국 가정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거래 건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 감소했다. 특히 게임과 스트리밍 이용이 활발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거래 건수는 각각 4%가량 줄었다. 이는 여가 물가 상승이 소비를 야외 활동에서 실내 오락으로 옮긴 데 이어, 여가 지출 자체를 줄이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집에서 즐기는 디지털 오락 비용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닌텐도는 미국에서 게임기 '스위치2' 가격을 11% 인상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도 각각 엑스박스와 맥북·아이패드 가격을 올렸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부품 조달 비용이 상승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 전기 요금이 2019년 이후 45% 뛰면서 게임기와 전자기기 사용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OTT와 음악 구독 서비스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미국에서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과 광고 없는 스탠더드 요금을 각각 1달러와 2달러 올렸고,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스포티파이, 디즈니플러스 등도 최근 1년 사이 구독료를 인상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디지털 여가비 상승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미국 요금 인상이 조만간 국내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국내 일부 요금제를 평균 27% 인상했는데, 당시 미국에서 가격을 올린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 국내 구독료를 올린 데 이어 계정 공유 제한을 시작했다. 통신사 OTT 제휴 상품에도 구독료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독 물가'는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닌텐도는 9월부터 스위치2 본체 가격을 64만8000원에서 75만8000원으로 약 17% 인상할 예정이다.
펀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여가 행태를 바꾸고 있다. 여러 OTT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독하기보다 원하는 콘텐츠가 나올 때만 가입한 뒤 해지하는 이용자가 늘었고,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독서가 여가 활용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월 대비 비디오·게임 구독료는 약 52% 올랐지만, 도서 가격은 오히려 약 6% 하락했다. 국내에서도 20대 독서율이 75.3%로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디지털 콘텐츠 가격 부담이 독서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