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군 무인기 오인 요격 위기, 보고체계 구멍이 부른 초유의 사고
핵심 요약
우리 군이 한미 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무인기를 오인해 요격 태세에 나섰다가 뒤늦게 확인해 상황을 종료했다. 보고 누락으로 승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채 미군 무인기가 접경지에 투입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한미 간 소통 난맥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동맹 작동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북부 접경지역에서 우리 군이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하고 방공작전 경보 ‘두루미’를 발령해 요격 태세에 나섰다.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해당 비행체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정찰 무인기로 확인되면서 상황이 종료됐지만, 동맹국 군사자산을 격추할 뻔한 초유의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한미군의 훈련 계획을 통보받은 우리 군 실무선의 보고 누락으로 드러났다. 미군 측은 훈련 지역인 육군 1군단 실무진에 무인기 훈련 계획을 전달했지만, 이 내용이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고 예하 부대로도 전파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 해병대의 접경지 무인기 비행에 대한 우리 군의 승인 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채 훈련이 강행되면서 아찔한 상황이 빚어졌다.
이번 사태는 우리 군의 기강 해이와 보고체계 혼선이 가장 큰 책임으로 지적되지만, 한미 간 소통의 난맥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맹 불통’의 단면을 다시 확인시켰다. 올 2월에도 미군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공중 훈련을 벌일 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됐다며 항의했지만, 주한미군은 실무선에 통보했음에도 상부 보고가 누락됐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후 양국 군 당국자가 연례 연합연습 계획을 두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내거나,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주한미군 방공 전력이 일방적으로 차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미 동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역할 변경 등 어느 때보다 긴밀한 소통과 조율이 필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연합훈련에서조차 피아 식별에 실패해 동맹의 군사자산을 겨누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한미 간 불협화음이 군사 작동체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내부의 기강 해이에 대한 엄정한 문책은 물론, 미군과의 소통 체계를 포함한 동맹 작동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