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0년 넘은 일요일 휴업 원칙 손질
핵심 요약
독일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일요일 영업 규제의 제한적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빵집과 공공 도서관의 영업시간을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유통업계의 경쟁력 강화 요구와 노동계·종교계의 휴식권 보호 주장이 맞서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가 장기화한 내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일요일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면 폐지보다는 업종별로 영업시간을 넓히는 단계적 개편이 유력하다. 내년 1월부터 빵집은 일요일에 최장 8시간, 공공 도서관은 6시간까지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개혁안에 담겼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주문이 일요일에도 계속되는 현실에서 오프라인 점포만 영업을 제한하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요일 주문 물량의 상당 부분이 폴란드 등 인접국 물류센터에서 처리되는 가운데, 베를린의 한 소형 슈퍼마켓은 주간 매출의 30~40%를 일요일에 올리며 적발 시 최대 2500유로의 벌금도 감수하고 있다. 오이와 음료는 팔 수 있지만 감자와 통조림은 판매하지 못하는 복잡한 기준도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일요일 휴식 원칙은 1919년 바이마르 헌법에서 출발해 100년 넘게 이어졌다. 독일 기본법도 일요일과 공휴일을 노동에서 벗어나 쉬고 정신적 고양을 누리는 날로 보호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더딘 경기 회복에 물가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이 겹쳤고,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과의 산업 경쟁 심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기존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다.
노동계와 종교계는 일요일 영업 확대가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사실상의 강제 근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톨릭노동자운동은 쇼핑 없는 일요일을 노동자와 소비자뿐 아니라 환경과 기후를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 상점에는 추가 영업이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제한적 허용안도 휴식권과 경제 활성화를 둘러싼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