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에 현장·사이버 대응권 부여 추진
핵심 요약
독일 정부가 국내외 정보기관에 예방 작전과 사이버 대응 권한을 주는 개혁안 초안을 의결했다. 온라인 수색과 과거 암호화 통신 감청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다. 여당의 의회 과반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야당은 역사적 금기와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독일 연방정부가 12일 내각회의에서 국내 정보기관 헌법수호청과 해외 정보기관 연방정보국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개혁법안 초안을 의결했다. 테러와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하면 두 기관은 정보 수집과 전달을 넘어 현장에서 직접 예방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나치 게슈타포와 동독 슈타지의 국가폭력을 겪은 뒤 약 80년간 유지해 온 정보기관 권한 제한 원칙이 크게 바뀌는 셈이다.
개혁안은 헌법수호청 직원이 용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가 폭발물 부품을 해체할 수 있도록 하고, 연방정보국에는 독일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발생 시 외국 세력의 정보기술 인프라를 직접 조작할 권한을 부여한다. 타인의 기기에 침투해 저장 자료를 확인하는 온라인 수색도 도입된다. 암호화된 통신을 들여다보는 소스 통신감청은 실시간 내용뿐 아니라 과거에 오간 내용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범위가 넓어진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보기관을 의회의 엄격한 통제 아래 두고, 첩보를 경찰 등 집행기관에 전달하되 자체 작전은 수행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공격과 러시아를 배후로 한 간첩 활동, 사보타주, 테러 위험이 늘어난 만큼 유럽 주요국과 비슷한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화물기를 타격한 사건도 개혁 필요성을 키웠다. 니나 바르켄 총리실장은 우방국의 정보 공유와 지원에 계속 의존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연립 여당이 연방의회 과반을 확보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연방참사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녹색당 등 야당은 위헌 가능성을 제기해 통과 이후 연방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야니스 엘링 좌파당 사무총장은 정보기관 요원에게 별도 특별 규정을 둘 필요가 없다며 확대안이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볼프강 쿠비키 자유민주당 대표도 역사적 금기를 깨는 조처라며 독일에 비밀경찰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