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3년이 바꾼 한일 인식의 질문
핵심 요약
일본을 3년간 취재한 결과 한일 양국의 차이는 단순한 평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교토 기업들은 장기간 축적한 기술로 한국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가까운 나라를 잘 안다는 확신보다 스스로의 인식과 질문을 돌아볼 필요성이 확인됐다.
도쿄에서 3년간 일본 사회와 기업을 취재한 경험은 일본을 하나의 문장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현상을 파고들수록 명확한 답보다 복합적인 현실이 드러났고, 일본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는 속도와 판단 방식이 다른 한국의 모습도 선명해졌다. 일본의 느림과 한국의 빠름은 각각 장점과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었다.
2년 전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을 취재하며 찾은 구마모토성은 2016년 지진 피해를 오랜 시간에 걸쳐 복구하고 있었다. 신중한 복원은 답답할 정도로 더뎠지만 서두르지 않는 선택에도 이유가 있었다. 반면 한국은 빠른 복구와 일상 회복을 택했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느림이 항상 신중함은 아니며, 빠름 역시 언제나 효율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일상의 장면도 단순한 국가 이미지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만원 전철에서는 통화를 삼갔고 유치원생들은 폭염에도 줄을 지켰으며, 편의점에서는 외국인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 방문객을 반기는 식당 주인과 이들의 증가를 못마땅해하는 반응도 한 공간에 공존했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도 정치와 사람, 기업이 움직이는 속도는 서로 달랐다.
교토에서 만난 교세라·무라타제작소·오므론은 업종은 달라도 쉽게 주목받지 않는 기술을 오랫동안 축적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들의 소재·장비 기술은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성장 과정에 연결돼 있었고, 양국 기업은 이미 국경을 넘어 협업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의 성과와 기술력을 인정하면서도 존경하는 기업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경쟁력 인정과 존경은 다른 문제였으며, 가까운 나라를 잘 안다는 확신이 성급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취재의 질문도 ‘일본은 왜 그러는가’에서 ‘나는 왜 그렇게 보는가’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