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봉창 순국 현장, 10년째 방치된 추모 환경
핵심 요약
도쿄 이봉창 의사 순국지의 위령탑 옆에 쓰레기수거장이 10년째 남아 있다. 현장에는 이봉창 의사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설명하는 한국어·일본어 안내판이 없다. 수거장 이전 요구가 이어졌지만 주민 협의와 추모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광복절을 나흘 앞둔 11일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 도미히사초 아동공원의 위령탑 바로 옆에는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다음 날 수거를 앞두고 주민들이 내놓은 봉투뿐 아니라 맥주캔과 음료수캔도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한적한 주택가의 놀이터가 된 이곳은 일제강점기 이치가야 형무소가 있던 자리이자 이봉창 의사가 31세로 순국한 현장이다.
공원에는 일본 변호사협회가 1964년 세운 ‘형사자위령탑’이 남아 있다. 이봉창 의사를 포함해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처형된 사형수 290여 명을 위로하는 비석이지만, 표면에는 위령탑 명칭과 설치 시기 등만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이봉창 의사나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비석 앞에는 말라 색이 바랜 꽃만 놓여 있었다.
이봉창 의사는 1932년 1월 8일 도쿄 일왕궁 사쿠라다몬에서 일왕 히로히토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거사에 실패해 체포된 뒤 같은 해 10월 10일 오전 9시 2분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순국지는 일본 최대 한인타운인 신오쿠보 상점가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지만, 독립운동 관련 안내판은 설치되지 않아 현장의 역사적 의미를 확인하기 어렵다.
위령탑 옆 수거장 문제는 2015년 공개적으로 제기됐고, 이듬해 현장을 방문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신주쿠구에 수거장 이전과 한국어·일본어 안내판 설치를 요구했다. 10년이 지난 현재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곳에서 헌화했지만, 맞은편 주민조차 비석의 성격을 알지 못했다. 해당 주민은 이전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새 수거장 인근 주민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