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53곳, 물 사용 사전 검증 ‘공백’
핵심 요약
환경정보 공개 대상 데이터센터 53곳 가운데 정식·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곳은 없었다. 현행 제도는 개별 시설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과 공급 적정성을 사전에 심사하지 않는다. AI 인프라 확대에 맞춰 용수 수요와 공급 가능성을 미리 검토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가운데 환경정보 공개 대상인 53개 사업장을 확인한 결과, 환경부의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등록된 전체 사업장 이력을 대조했지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시설 건립에 앞서 용수 사용과 환경 훼손 가능성을 점검할 제도적 경로가 사실상 비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공백은 데이터센터가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현행 제도에서 비롯된다. 본안 평가는 산업단지 조성이나 도시개발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적용된다. 반면 개별 시설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는 좁은 부지에도 서버를 수직으로 쌓아 대규모 용량을 수용할 수 있지만 평가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미 조성된 산업단지나 도시에 들어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는 착공 전 지방자치단체 상수도사업소에 급수를 신청하며 예정 급수량을 제출한다. 그러나 이 절차는 물 수급의 적정성이나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심사하는 제도가 아니다. 정부도 데이터센터 용수를 별도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관리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사전 영향평가 체계는 갖추지 못한 상태다. 2024년 8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도입돼 전력 공급 가능성을 미리 따지게 된 것과 대비된다.
AI 인프라 확충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용수 수요를 파악하고 공급 여건을 검토할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려면 우선 데이터센터의 수요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력 분야처럼 시설 건립 전에 예상 물 사용량과 실제 공급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