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평가, 줄 세우기에서 학업 역량 확인으로
핵심 요약
수능과 고교 내신을 성취 기준 중심의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상대평가가 협력 교육을 약화하고 공교육의 입시 종속과 사교육 팽창을 강화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제도 전환에는 서술·논술형 평가의 공정한 채점 체계와 대학·채용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술·논술형 문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확인한다는 시험 본래의 목적을 되살리고, 전국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가리는 현행 평가 구조를 성취 기준 중심으로 바꾸려는 논의다.
상대평가에서는 학생 모두가 충분한 학업 성취를 이뤄도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낮은 등급을 받는 사람이 생긴다. 친구의 성취가 자신의 불이익으로 연결되면서 학교가 협력을 가르치는 공간인 동시에 학생을 경쟁자로 대하도록 만드는 모순도 나타난다. 수업은 출제 경향에 매이고, 사교육은 빠른 풀이법과 희소한 정보를 상품화해 부모의 경제력이 점수와 진학·취업의 차이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한다.
산업화 시대의 경쟁 교육이 압축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달리, 오늘의 사회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함께 풀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며 판단에 책임지는 역량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이 정답을 빠르게 찾는 환경에서는 질문을 만들고 근거를 검토하며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설명하는 힘이 더욱 중요해졌다. 책을 끝까지 읽고 한 문제를 오래 고민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기다려 듣는 교육도 시험 준비와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
절대평가는 학업 기준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과 사고력의 기준을 세운 뒤 도달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하는 제도다. 전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역대학 육성, 학벌 중심 채용 개선, 대학별 지필고사 제한과 선발 기준 공개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서술·논술형 평가는 단계적으로 넓히되 공정한 채점 기준과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고, 인력과 예산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