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호칭 논쟁, 시민 숙의로 해법 찾는다
핵심 요약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호칭·용어 변경 제안과 이재명 대통령의 신중론이 맞섰다. 서독 동방정책은 외교적 현실 인정과 국민적 정당성 확보가 함께 필요하다는 사례로 제시됐다. 독립적 시민 공론화를 통해 상호 조치와 안보 원칙을 정하는 조건부 합의가 해법으로 제안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공식 국호의 약칭인 ‘조선’으로 부르고 ‘주적’ 대신 ‘위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대북 언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의에서 출발한 변화라도 국내 정쟁에 휘말리면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이 특정 행위자나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말이라면 ‘위협’은 상대의 능력과 의도, 행동이 만드는 위험을 평가하는 개념이다. 북한을 ‘조선’으로 호칭하는 일도 체제와 행동 전반을 승인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대하겠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교적 유연성과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은 현실 인정과 국민적 승인이라는 두 측면을 보여준다. 서독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으로 두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민족적·헌법적 특수관계를 유지했고, 이후 인적 왕래와 이산가족 접촉, 우편·통신·교통 협력이 확대됐다. 그러나 야권과 여당 일부의 반발로 브란트 정부는 건설적 불신임 투표를 두 표 차이로 넘긴 뒤 조기 총선 승리를 통해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해법으로는 단순한 찬반 투표가 아닌 ‘조건부 합의’ 방식의 시민 공론화가 제시된다. 군사 핫라인 복원, 접경지역 도발 중단, 최소한의 신뢰 구축 조치 등 북한에 요구할 상호 조치와 양보할 수 없는 안보 원칙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다. 독립적인 공론화위원회가 참여자 선정과 정보 검증, 토론을 맡고 정부는 결과를 수용하거나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공식 설명하는 ‘준수 또는 설명’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