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재 불명만으로 자녀 면접교섭 제한은 부당
핵심 요약
대법원은 양육자와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행이 어렵다며 면접교섭을 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자녀 복리를 침해할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면접교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기준이 재확인됐다.
이혼한 부모와 자녀의 거처를 확인하기 어렵고 당장 만남을 이행하기 힘들다는 사정만으로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신숙희 대법관 주심으로 심리한 이혼·위자료 사건에서 B씨의 면접교섭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은 A씨와 자녀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구체적인 만남의 일정과 방법을 정할 수 없고 실제 이행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면접교섭 사항을 판결에서 정하지 않았다. 당사자 간 협의나 별도의 재판절차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행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권리를 배제하면 자녀와 양육자의 거처를 모르는 비양육자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계속 박탈당할 수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013년 혼인한 A씨와 B씨는 자녀 양육과 경제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었고, 2018년부터 외국에서 생활했다. 이듬해 A씨가 B씨에게 알리지 않고 자녀와 한국으로 오면서 별거가 시작됐다. A씨는 2020년 이혼소송을 냈으며 서류가 B씨에게 전달되지 않아 재판은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내용을 게재한 뒤 송달된 것으로 보는 공시송달 방식으로 진행됐다. 1심은 2021년 이혼과 함께 B씨가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B씨는 한국에 입국한 뒤인 2024년에 소송 결과를 알고 추완항소를 제기했다. 이혼과 A씨의 양육자 지정은 다투지 않되 위자료 청구를 취소하고 자녀를 만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항소심은 위자료 부분만 취소했으며, 당시 A씨는 2021년 자녀와 다시 외국으로 출국해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가정법원이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을 허용하고 자녀 복리를 해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B씨에게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전력이 확인되지 않고 자녀 복리를 침해할 사정도 드러나지 않은 만큼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