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떨어진 팰컨9, 우주 유산 보호 규범 시험대
핵심 요약
팰컨9 로켓 상단부가 달에 충돌했고 다누리가 하루 만에 충돌 지점을 촬영했다. 달 탐사 확대에 따라 로켓 잔해가 탐사 장비와 아폴로 유산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단부 처분 의무와 달 환경·우주 유산 훼손 책임을 구체화할 국제 규범이 요구된다.
지난 5일 오후 3시 34분, 무게 5t에 육박하는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상단부가 시속 약 8700㎞로 달 서쪽 가장자리의 아인슈타인 분화구 인근에 충돌했다. 충격은 TNT 약 3t의 동시 폭발에 맞먹는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의 관측자들은 망원경으로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지만, 한국 달 탐사선 다누리가 세계 최초로 충돌 지점을 촬영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충돌 하루 만에 약 350㎞ 떨어진 궤도에서 확보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로켓은 지난해 1월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1과 레질리언스를 운반한 뒤 궤도를 바꿀 연료가 부족해 1년 넘게 우주를 떠돌았다. 이번 충돌로 달 표면에는 지름 27m, 깊이 5m가량의 충돌구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에도 중국 로켓 상단부가 달 뒷면에 추락해 지름 28m의 이중 충돌구를 남겼다. 여러 국가와 민간 기업이 달 탐사를 확대하면서 착륙선과 로버, 향후 기지와 충돌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달에는 아폴로 11·12·14·15·16·17호의 착륙선 하단부와 과학 장비, 우주비행사의 발자국, 월면차 이동 흔적이 남아 있다. 대기와 바람이 거의 없어 장기간 보존될 수 있는 인류의 우주 유산이다. 미국은 2020년 우주 인류 유산 보호를 위한 한 걸음 법을 제정해 NASA와 협력하는 달 활동 주체가 아폴로 착륙지 등 미국의 유산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충돌 지점은 착륙지들과 멀어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미국 기업의 우주 물체도 보호 대상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스페이스X는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NASA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탐사선 분리 뒤 로켓 상단부를 지정된 우주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등 처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됐다. 미국이 2030년까지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세운 만큼 향후 충돌은 지형 훼손을 넘어 인명과 시설을 위협할 수 있다. 현행 우주조약에는 국가의 우주 활동에 대한 국제적 책임이 규정돼 있지만, 달 환경이나 우주 유산 훼손에 적용할 구체적인 배상·제재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