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저수위가 바꾼 부다페스트의 밤
핵심 요약
다뉴브강 수위 급락으로 팍스 원전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지며 헝가리에 단전 위기가 발생했다. 부다페스트 주요 시설의 경관 조명이 꺼졌고 강바닥에서는 1944년 침몰한 독일 군함 잔해가 드러났다. 1980년 울트라복스가 음악으로 그린 공허한 유럽 도시의 풍경이 46년 뒤 부다페스트의 현실과 겹쳤다.
2026년 8월 3일 다뉴브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헝가리가 단전 위기에 놓였다. 헝가리 전력의 40%를 담당하는 팍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은 10%대로 떨어졌다. 1980년대 가동을 시작한 뒤 44년 만에 처음 닥친 위기 속에서 부다페스트를 상징하던 야간 경관도 어둠에 잠겼다.
헝가리 정부는 전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회의사당과 부다성, 세체니 다리의 경관 조명을 소등했다. 밤마다 금빛을 내던 강변 건축물과 다리는 유람선에서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캄캄해졌다. 반면 불빛을 따라 강변으로 몰려들던 하루살이 떼에는 조명이 꺼진 밤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뜻밖의 변화가 됐다.
낮아진 강물은 과거의 흔적도 드러냈다.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의 강바닥에서는 1944년 침몰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함 잔해가 80여 년 만에 모습을 보였다. 강변의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곤충이 살아남았고, 물이 물러난 자리에서는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전쟁의 유물이 떠올랐다.
이 장면은 영국 신스팝 밴드 울트라복스가 1980년 네 번째 앨범에서 그린 유럽 도시의 정서와 겹친다. 앞선 세 앨범의 부진을 딛고 내놓은 앨범의 동명곡은 싱글 차트 2위에 4주간 머물렀다. 차가운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 위에 그랜드피아노와 비올라 독주를 더해, 화려한 관광지의 빈 대신 밤과 안개가 뒤섞인 공허한 도시를 표현했다. 흑백 영화 ‘제3의 사나이’가 묘사한 전후 빈의 음울함과 닮은 음악적 풍경은 46년 뒤 실제로 빛을 잃은 부다페스트에서 현실의 장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