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가뭄 키운 범람원 상실과 하천 개발
핵심 요약
다뉴브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1944년 침몰한 나치 독일 선박 수십 척이 드러났다. 기온 상승과 함께 댐 건설·준설·직선화로 사라진 범람원의 물 저장 능력이 가뭄을 키웠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하천을 가로막는 인공 장애물을 확인해 철거할 계획이다.
세르비아 프라호보 항구 주변의 다뉴브강에서 올여름 극심한 가뭄과 수위 저하로 1944년 나치 독일이 스스로 침몰시킨 선박 수십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수량이 적은 해마다 일부 침몰선이 노출된 사례는 있었지만, 난파선 한 척의 전체 모습이 강바닥 모래톱 위로 드러날 정도로 물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위 하락은 에너지 시설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냉각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거나 중단 위기에 놓였다. 전체 발전량의 20%를 원전에 의존하는 루마니아는 강바닥 암반을 폭파해 물을 냉각수 흡입구로 유도하고, 바지선을 가라앉혀 물길까지 바꾸는 조치를 동원했다.
동유럽의 강우량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기온 상승으로 토양 수분의 증발이 늘면서 과거에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을 강수량 부족도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과학자 사라 큐는 유럽의 급격한 기온 상승이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같은 강수 부족에도 가뭄에 더 빨리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동유럽의 토양 수분 부족 가능성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약 11배 높아졌다.
가뭄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지난 2세기 동안 이어진 댐·보 건설과 준설, 하천 직선화다. 다뉴브강 범람원은 자연 상태보다 약 80% 줄었고, 물을 저장하던 습지와 주변 토양이 훼손되면서 강이 물을 머금는 기간도 짧아졌다. 과학계와 환경단체들은 강에 공간을 돌려주고 범람원과 토양의 저장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4년 제정한 자연복원법에는 2030년까지 철거할 댐·보·둑 등 인공 장애물을 확인하고 제거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