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성소수자 37개 대안 수어 등재 촉구
핵심 요약
농인 성소수자와 인권단체들이 한국수어사전의 혐오·비하 표현 삭제를 요구했다. 시민 1073명과 57개 단체는 당사자가 개발한 대안 수어 37종의 등재를 촉구했다. 국립국어원은 하반기 당사자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받은 연서명을 검토할 예정이다.
농인 성소수자와 인권단체들이 성소수자를 성행위 중심으로 나타내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한국수어사전에서 삭제하고, 당사자들이 만든 대안 수어를 올릴 것을 국립국어원에 요구했다. 한국농인LGBT+와 무지개행동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 후문 앞에서 음성과 수어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시민 1073명과 57개 단체가 참여한 연서명을 전달했다.
단체들이 문제로 지목한 한국수어사전의 ‘게이’와 ‘레즈비언’은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으로 표현돼 있다. ‘결혼’도 남성을 뜻하는 엄지와 여성을 뜻하는 소지를 맞붙이는 방식이어서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농인LGBT+는 언어학자 자문 등을 거쳐 2021년 대안 수어 37종을 제작했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남성·여성 수어를 활용해 가슴에서 앞으로 손을 뻗는 동작으로, 결혼은 성별 표시 없이 축복의 아치를 그리는 동작으로 바꿨다.
단체들은 국립국어원이 농인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안 수어 등재를 미뤄왔다고 밝혔다. 우지양 한국농인LGBT+ 상임활동가는 국가기관이 사전에 먼저 올려 농사회에 대안 표현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네덜란드 정부 공인 수어사전에는 농인 성소수자가 개발한 대안 수어 16개가 등재된 사례도 제시됐다. 김지연 농예술단체 누비스 대표는 사용 사례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신원이 드러날 위험이 있고, 영상으로 남기지 않으면 수어를 수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라고 밝힌 시민은 외래어를 다듬는 국립국어원의 역할을 언급하며 혐오와 차별이 담긴 표현의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내용은 현장에서 대독됐다. 국립국어원은 관련 연구를 상반기에 추진했으며 하반기에는 농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사전은 인위적으로 언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는 언어를 기록하는 방식이라는 원칙도 설명했다. 이날 접수한 연서명과 요구 내용은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