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성소수자 대안수어 등재 요구 확산
핵심 요약
시민 1073명과 57개 단체가 성소수자 혐오수어 중단과 대안수어 등재를 요구했다. 기존의 차별적 표현은 새 사전에서 삭제됐지만 당사자들이 만든 대안수어 37개도 반영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국립국어원에 연서명과 대안수어 등재 요구에 대한 조속한 답변을 촉구했다.
한국농인LGBT+와 무지개행동은 지난 4일 국립국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를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수어의 사용 중단과 대안수어 등재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시민 1073명과 57개 단체가 참여한 연서명을 국립국어원에 전달하고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지닌 공식 언어이며, 이 법은 농인과 한국수어 사용자의 언어권 및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 한국수어사전의 ‘게이’는 항문 성관계를 하는 남자를, ‘레즈비언’은 여자와 몸을 비비는 여자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등재돼 있었다. 동성 간에 사랑하는 사람으로 설명하는 표준국어대사전과 달리 성적지향을 특정 성행위로 축소한 것이다. 이런 수어는 뉴스에서도 사용됐다. 2024년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했을 때 주요 방송사가 관련 소식을 전했지만, 농인 성소수자들은 수어 화면에서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다시 접해야 했다.
농인 성소수자 당사자와 활동가들은 2019년 단체를 결성해 문제의 표현을 ‘혐오수어’로 규정하고 사용 중단을 요구해왔다. 2021년에는 당사자들이 주도해 성소수자 관련 대안수어 37개를 만들어 공개하고 사전 등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새로 공개된 한국수어누리사전에서는 비판받은 표현이 삭제된 대신 대안수어도 수록되지 않아 성소수자 관련 표현 자체가 빠졌다. 국립국어원은 기존 수어가 농인 사회에서 사용돼왔고 대안수어가 농인 성소수자 사이에서 널리 쓰인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은 사전이 실제 존재하는 언어를 기록하는 방식이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를 다듬어 ‘댓글’과 같은 표현을 정착시킨 전례가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해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두 표현은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돼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차별적 언어의 수정이 해당 표현으로 훼손된 개인과 집단의 존엄을 회복하는 문제라며, 연서명과 37개 대안수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응답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