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런의 시간과 인간, ‘오디세이’에 모이다
핵심 요약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런이 20년간 구상한 신화 재해석이자 13번째 장편 영화다. 오디세우스의 20년을 3부로 나눠 비선형적으로 구성하고 인간의 결점과 죄책감을 다룬다. <메멘토>부터 <오펜하이머>까지 이어진 시간 실험과 도덕적 모순이 이번 작품에 집약됐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13번째 장편 영화 <오디세이>는 20년에 걸쳐 구상한 신화 재해석이자 기존 작품 세계를 한데 모은 결과물이다. 트로이 전쟁과 귀환의 여정을 다루면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의 내면에 자리한 나약함과 고뇌를 비춘다. 사건의 장대함보다 불완전한 인간이 실수와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순에 시선을 둔 점에서는 전작 <오펜하이머>와 맞닿는다.
서사는 오디세우스의 20년을 트로이 전쟁 전과 후로 나눈 뒤 귀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3부 구조로 짜였다. 사건의 발생 순서를 해체해 다시 연결하는 비선형 구성이 이어지면서 서로 흩어진 듯한 영화 속 시간은 마지막에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진다. 현대와 고대를 오가는 이야기 안에서 인간의 결점과 반복되는 과오를 함께 다루며, 시간의 재배열을 인물의 도덕적 갈등과 결부한다.
놀런은 앞선 작품에서도 시간을 서사의 핵심 장치로 활용해 왔다. <덩케르크>에서는 바다와 하늘, 육지의 시간을 서로 다른 속도로 전개했고, <테넷>에서는 시간을 통제하려는 힘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 <인셉션>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스트 구조에 시간의 변화를 결합했으며, <메멘토>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겪는 남자의 심정을 뒤틀린 시간 배열로 드러냈다.
인간의 도덕적 모순 역시 반복해서 다뤄진 주제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역설은 <인썸니아>에서 먼저 나타났고, <오펜하이머>를 거쳐 <오디세이>의 영웅 서사로 이어진다. 스릴러와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전기 장르를 거쳐온 필모그래피를 함께 살펴보면, 이번 작품은 시간에 대한 형식적 실험과 결함 있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서양 역사의 근간인 신화로 확장한 영화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