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의 역사에서 자유의 기원을 찾다
핵심 요약
올랜도 패터슨의 ‘자유의 역설’이 자유가 최상의 가치로 자리 잡은 역사적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자유의 기원을 노예제와 농노제의 경험에서 찾고 로마부터 중세 유럽까지의 변화를 살핀다. 김혁이 번역한 832쪽 분량의 한국어판은 글항아리에서 출간됐다.

사회학자 올랜도 패터슨이 자유가 인류의 최상위 가치로 자리 잡은 과정을 탐구한 책 ‘자유의 역설’이 출간됐다. 김혁이 우리말로 옮긴 이 책은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침해할 수 없는 가치로 여겨지는 자유가 어떤 역사적 경로를 거쳐 강력한 권위와 생명력을 얻었는지 추적한다. 제3세계와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도 삶의 중심 지표로 받아들여지는 자유를 역사적 형성물로 바라본다.
패터슨은 자유가 처음부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 동양과 아프리카에서는 명예와 영광, 권력을 향한 열망이 자유보다 중요하게 다뤄졌으며, 비서구 문화권의 언어에는 서구와 접촉하기 전까지 오늘날의 자유 개념에 정확히 들어맞는 어휘조차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대인이 자유를 본능적 욕구이자 자연스러운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에 역사적 질문을 던지는 대목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자유라는 가치가 노예제의 경험에서 태어났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인류가 노예제와 농노제를 거치며 자유를 숭상하게 됐다고 보고, 로마 시대와 초기 기독교 시대, 중세 유럽을 차례로 살피면서 자유 개념이 탄생하고 발전한 흐름을 복원한다. 자유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속박과 예속의 역사에서 설명함으로써 책 제목에 담긴 역설을 구체화한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현재 하버드대 교수인 패터슨은 자유와 노예제를 주요 연구 주제로 다뤄온 사회학자다. 그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8년에 걸쳐 이 책을 집필하며 자유의 기원과 인류가 자유에 몰두하게 된 이유를 파고들었다. 글항아리가 펴낸 한국어판은 832쪽 분량으로, 자유를 자명한 가치로 전제하지 않고 그 개념을 빚어낸 긴 역사와 사회적 조건을 함께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