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파초’가 남긴 연대와 계절의 기억
핵심 요약
‘파초’는 심장병 환자를 돕는 활동과 맞물려 수와 진의 대표곡으로 사랑받았다. 이건우는 명동성당 길에서 모금 공연을 하던 형제를 다시 만나 곡을 건넸다. 노래가 전한 연대의 뜻은 한파에 잃은 파초와 극단적인 계절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심장병 환자를 돕는 캠페인 주제가로 알려진 ‘파초’는 쌍둥이 듀엣 수와 진이 부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불꽃과 들판의 풀잎을 삶의 모습에 빗댄 노랫말은 쓰러지지 않는 용기와 타인을 향한 사랑을 강조한다. 하늘이 이름을 부르는 날까지 순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다짐도 곡의 중심에 담겼다.
작사가 이건우는 수와 진 형제가 군에 입대하기 전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의 씩씩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음 만남에는 좋은 노래를 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이후 명동성당 길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거리 모금 공연을 펼치던 형제와 재회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의 활동에 어울리는 곡 ‘파초’를 지어 건넸다.
수와 진의 노래와 나눔은 가수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비슷한 외모로 주목받는 앳된 남성 아이돌이 늘어난 가운데, 겉모습뿐 아니라 그늘진 곳을 살피는 마음도 함께 갖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가 있는 이웃을 노래로 위로하고 물질적·정서적으로 보살피는 가수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 같은 기억과 맞닿아 있다.
파초에 얽힌 기억은 극단적으로 변한 계절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집에서 기르던 파초 한 그루는 여름마다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었지만, 겨울 한파에 뿌리까지 얼어 죽었다. 톱밥을 덮어 추위를 막으려 한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최근에는 바나나 나무도 자랄 듯 여름 더위가 강해진 반면 겨울 추위 역시 매섭다. 며칠 전 조계종 소속 절의 특별 강좌를 찾았다가 담장 안에 무성한 파초를 보고 욕심이 일었지만, 다시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에서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