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다뉴브 수위가 깨운 고대 유적과 전함
핵심 요약
다뉴브강 수위 하락으로 고대 로마 교량과 나치 독일군 침몰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가리아 연구팀은 교량 유적을 조사했고 세르비아는 최소 80척의 추가 인양을 추진한다. 가뭄은 원전 가동과 무역에도 영향을 주며 유럽의 에너지·수자원 위기를 키우고 있다.
유럽을 덮친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약 1700년 전 로마 교량의 흔적과 제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독일 군함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일 불가리아 기겐 마을 인근에서는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서기 328년 세운 것으로 알려진 다리의 기초 구조물이 확인됐고, 7일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에서는 나치 시대 침몰선 한 척이 인양됐다.
발견된 교량은 불가리아 북부의 로마 도시 울피아 오이스쿠스와 현재 루마니아 지역인 수키다바를 연결했던 길이 2㎞ 이상의 시설이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지만 서기 367년 무렵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벤 지역역사박물관 연구팀은 드론으로 노출된 유적을 촬영하고 기초 구조물의 윤곽과 보존 상태를 조사했다. 평소 강물 아래 가려졌던 구조를 살필 수 있는 드문 고고학적 기회가 열린 셈이다.
세르비아에서 드러난 선박들은 1944년 소련군을 피해 후퇴하던 독일 흑해함대가 발칸 지역에서 진격을 늦추려고 스스로 가라앉힌 군함들이다. 당시 침몰한 배는 최대 200척으로 추정된다. 여름마다 일부 선체가 노출됐지만 올해에는 강 수위가 평년보다 약 90㎝ 낮아지면서 10척 넘게 한꺼번에 나타났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80년 만에 첫 선박을 끌어 올렸으며, 당국은 최소 80척을 추가 인양할 계획이다.
인양 과정에서는 선박 내부에 남은 포탄과 폭발물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수위 하락의 영향은 유적 발굴에 그치지 않는다. 루마니아에서는 다뉴브강 유량이 평소의 3분의 1까지 줄어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고, 헝가리 파크스 원전도 냉각수 부족으로 가동 44년 만에 처음 멈췄다. 세르비아에서도 무역 활동이 위축되고 얕아진 구간에 임시 수로가 조성됐다. 다뉴브강과 라인강의 저수위는 고고학적 발견과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수자원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