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식 국호 사용 놓고 원로들 “과거 합의의 연장선”
핵심 요약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은 북한의 공식 국호 사용이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100건이 넘는 남북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칭 문제가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 정동영 장관의 제안을 보류했다.
통일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평화통일고문회의에 참여한 진보 성향 남북관계 원로들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는 방안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최한 차담회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재정·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백낙청 명예교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공식 국호로 불렀던 사례를 제시하며, 상대의 정식 명칭을 거부하는 태도는 대립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도 1991년 이후 남북이 양측의 공식 국호를 사용해 작성한 합의서가 100건을 넘는다며, 문서에서 사용해 온 명칭을 말로 부르는 문제를 지나치게 경계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채택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조선’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과거 남북 합의에서 이미 사용됐다며 국민 인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1995년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이 마련한 보도 제작 준칙에서도 ‘조선’ 호칭 사용을 제안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논의는 정 장관이 지난 5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원하는 국호를 사용하는 일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표현 문제로 정쟁이 촉발되면 당초 추진하려던 목적에서 벗어나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제안을 보류했다. 원로들은 공식 문건과 과거 연설, 공동선언에 축적된 사례를 근거로 호칭 변경이 전례 없는 조치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