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계 고수한 일본 왕실법, 민심과 엇갈린 선택
핵심 요약
일본 의회가 먼 방계 남성을 양자로 받아 그 아들에게 왕위 계승권을 주는 황실전범 개정을 단행했다. 여성 군주를 지지하는 여론과 달리 아이코 공주의 승계 가능성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양자 확보와 국민 수용성, 헌법상 국민 총의 문제가 제도의 현실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일본 의회가 지난달 77년 만에 황실전범을 개정해 방계 왕족의 남성을 양자로 받아들이고, 그가 낳은 아들에게 왕위 계승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현 국왕의 직계 자녀인 아이코 공주에게 왕위를 잇게 하는 방안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왕족 감소에 대응한다는 명분과 달리 남성·남계 계승 원칙을 유지하고 여성·여계 승계 가능성은 차단한 결정이다.
새 제도가 포괄하는 옛 왕족은 현 왕실과 36촌 이상 떨어진 경우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양자로 들어갈 남성을 찾고 결혼 상대를 구한 뒤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여러 조건이 뒤따른다. 15세 이상인 후보자의 사생활과 과거를 둘러싼 검증도 불가피하다. 국민의 70~80%가 여성 군주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대중적 지지가 높은 아이코 공주 대신 먼 친족 남성을 후계 구도에 올리는 방식이 수용될지도 불투명하다.
여성 군주를 허용하는 논의는 2005년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정부가 받아들였지만 히사히토 왕자 출생 뒤 중단됐다.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후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고 일본유신회가 합류하면서 연립정부 안의 견제 구도도 달라졌다. 올해 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크게 승리하고 총리 지지율이 70%를 웃돈 정치 환경은 강경 보수 세력이 남계 원칙을 법에 고정하는 계기가 됐다.
개정 이후 다카이치 총리 지지율은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 헌법은 천황의 지위를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고 규정하지만 참의원에서도 다수 야당 의원이 개정에 반대해 국민과 입법부의 합의라는 설명 모두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황실전범 부대조항에는 논의를 계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양자 후보 확보 여부와 왕실의 추가 입장, 여성·여계 승계를 둘러싼 재논의가 제도의 현실성을 가를 쟁점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