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기술의 빈자리, 노년과 이주노동이 메웠다
핵심 요약
67세 유압 기술자는 폭염 속 기계 수리와 배달 일을 병행하고 있다. 제조 기반 붕괴와 청년 기술자 감소로 노년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현장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고령층은 은퇴 이후에도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67세 김철수 씨(가명)는 폭염 속에서도 유압 기계 수리 현장으로 향한다. 일감이 없는 날에는 배달 앱을 켜 생활비를 번다. 최근에는 불을 사용하는 공장 안에서 찜질방보다 뜨거운 열기와 심한 냄새를 견디며 낡은 설비를 고쳤다. 에어컨이 없는 작업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고, 상대적으로 쾌적한 공간에서는 주로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김씨의 수리 일은 블로그를 통해 들어오는 의뢰에 좌우된다. 한 달에 많으면 20일, 적으면 열흘 남짓 일해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무겁고 억센 기계를 다루는 동안 관절에도 무리가 쌓였다. 잔업을 포함해 월 300여만원을 주는 열악한 공장도 한국인 지원자를 구하기 어렵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받아들일 만한 임금이어서 작업 환경에 따른 노동력 분리가 나타났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특장차 제조업체에서 유압 장치를 다루며 경력을 시작했다. 퇴사 뒤 개인 사업과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도전했으나 손실을 봤고, 몇 년 전 유압 기계 공장을 운영했던 친구와 유지·보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중국산 저가 설비의 유입으로 국내 제조 기반이 약해지고 힘들고 더러운 수리 현장을 배우려는 청년도 줄면서 기술자와 일터가 함께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씨가 아는 주물공장도 젊은 직원은 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70대 후반 노동자들이다.
김씨가 받는 국민연금은 월 80여만원으로 월세와 식료품비, 병원비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 배우자도 관절 문제로 하루 몇 시간만 일한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 십여 명 가운데 완전히 쉰 사람은 한 명뿐이며, 연금이 비교적 넉넉한 전직 공무원도 경비원이나 검침원으로 일한다. 김씨는 지원 기회와 소득이 제한적인 고령자 일자리보다 자신이 할 수 있고 수요도 있는 수리 일을 택했다. 벽돌공장 사고 피해자와 고령 노동자, 장시간 도로를 달리는 배달기사까지 그가 마주한 현장에서는 청년이 떠난 자리를 노인과 외국인이 나눠 감당하고 있었다.